일본경제 완만한 성장세 유지에도 과도한 엔저 압력 [이지평의 일본경제]
일본경제는 최근 미국 증시 약세와 맞물려 주식·국채·엔화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을 겪었으나, 이러한 조정에도 불구하고 4분기 이후 일본경제의 성장세 회복이 예상된다. 엔저는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출과 재정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심화되었으며, 11월 21일에는 1달러당 157.7엔까지 하락했다. 일본정부는 21.3조 엔 규모의 경제대책을 확정해 생활 안정 지원, 전략산업 투자, 방위력 강화 등을 추진했으나 국채금리 상승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낳았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와 투자를 자극해 GDP를 0.6%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플레이션과 시장 불안이 효과를 상쇄할 위험도 존재한다. 일본 주요연구기관 전문가의 전망 집계치인 ESP 포캐스트에 따르면 일본경제는 2025년 4분기 이후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상승률은 2%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은 금리인상 시기를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이며, 엔저와 재정의 중장기적 신뢰 확보에 과제로 남아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움직임과 엔저 가속화11월 들어서 일본 금융시장은 미국 증권시장의 AI 관련 주가 하락도 겹쳐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다. 주식, 국채, 그리고 엔화가 동시에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도 나타났다. 트리플 약세는 투자자금이 국채에도, 주식시장에도 가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보통 트리플 약세는 일본경제의 향방에 대한 우려로 인해 발생했으며, 장기 불황기의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이 영향을 주기도 했다.그러나 최근 일본경제는 연간 1% 내외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일본기업 수익도 금융기관을 포함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비록 금년 3분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으로 –1.8%로 6분기만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이는 일시적 조정이며, 4분기 이후에는 다시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Pacific Exchange Rate Service >우리나라 원화의 향방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최근의 엔저 현상은 지난 10월 4일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현 총리가 선출된 이후에 나타났다. 금년 1월 초에 1달러당 157엔을 기록했던 엔화 환율은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정책에 대한 기대와 함께 강세로 전환해 2월에는 140엔대로 진입하고 4월 22일에는 140.9엔을 기록하기도 했다.그 후 엔화는 1달러당 145엔 전후를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10월 4일 토요일에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자 그다음 주에는 엔화가 1달러당 150엔대로 하락하고 11월 들어서는 다카이치 내각의 재정확대 정책에 대한 영향으로 11월 21일에는 157.7엔을 기록하였다.이와 같은 최근의 엔저 현상은 다카이치 내각의 금융완화 정책 선호이나 재정확대 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일본정부도 최근의 엔저를 경계하는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선호하는 발언을 한 바도 있지만 엔화의 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린 아베노믹스의 엔저 유도정책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일본 서민층의 고물가 부담을 심화시키고 일본 저축의 해외 유출 가속화, 일본의 금융 영향력 약화 등의 부작용도 심해지는 부작용도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사실, 가타야마 재무장관은 지난 11월 21일에 엔저의 진행을 경고하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타야마 장관의 발언은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다카이치 내각이 아베노믹스와 같은 초엔저 유도 정책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 이후 6% 정도 하락한 엔화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카이치 내각은 일본은행에 대해서 금리인상 정책은 신중하게 모색할 것을 요구하는 입장이며, 엔저 기조가 단기적으로 엔고로 반전될 가능성도 높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 장기금리 상승에도 재정확대 정책 선택이번 엔저의 배경 중 하나는 일본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있다. 2025년 11월 21일에 일본 정부는 임시 각의를 열어 총 21조 3천억 엔 규모의 종합 경제대책을 확정했다. 이에 따른 재정악화,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로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해 엔화 매도 압력이 커지게 되었다.이번 대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었는데, 첫째는 생활 안전 보장과 물가 상승 대응, 둘째는 위기관리 투자와 성장 투자를 통한 ‘강한 경제’ 실현, 셋째는 방위력과 외교력의 강화였다. 구체적으로는 가계 지원을 위해 2026년 1월부터 3월까지 전기·가스 요금을 약 7천 엔 보조하고, 식료품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쌀 쿠폰이나 전자 쿠폰을 배포하며 수도 요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8세 이하 아동에게는 소득 제한 없이 1인당 2만 엔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성장 투자 분야에서는 반도체, 인공지능, 조선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조선 능력 향상을 위한 기금을 신설했다. 우주 개발과 국토 강인화 같은 공공사업에도 예산을 배정했다. 의료 분야에서는 병원과 의료 종사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물자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자연재해와 야생동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예비비를 1조 엔 규모로 확대했다.재정 배분을 보면 생활 안정과 물가 대응에 11조 7천억 엔, 위기관리 및 성장 투자에 7조 2천억 엔, 방위력과 외교력 강화에 1조 7천억 엔이 각각 투입된다. 감세 조치도 포함되어 있는데, 소득세 과세 기준을 상향해 1조 2천억 엔을 줄이고, 가솔린의 구(舊)잠정 세율을 폐지해 1조 5천억 엔을 감세하는 방안이 담겨졌다. 다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만으로는 국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경 예산안의 성립을 위해서는 국민민주당, 공명당 등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이러한 경제대책에 대한 평가에 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고, 반도체·AI·조선 등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점에서 경기 하향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특히 생활 안정 지원과 성장 투자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점은 일본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그러나 이미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난 상태이며, 실제GDP와 잠재GDP의 격차가 적어서 정부에 의한 수요 진작책은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고조시켜서 결과적으로 서민층의 생활고를 악화시킬 효과도 우려되는 측면은 있다. 결국, 성장투자로 생산성과 임금상승이 중요한데, 단기적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고 이번 대책에서도 장기투자 확충 부분이 단기 경기부양책에 비해 적은 금액이 책정되고 있다.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해지면서 장기금리가 상승했고, 이는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이지야스다종합연구소의 고다마 유이치씨는 “최근 며칠간 국채 금리 상승 속도가 시장 움직임의 무서움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시장 움직임이 다카이치 씨의 책임 있는 확대재정을 상당히 제약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梅川崇, 照喜納明美, 積極財政の高市政権、経済対策20兆円超えの大型に-市場はリスク警戒, Bloomberg, 2025,11,21,)”.재정지출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재건의 로드맵을 병행하지 않으면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는 인정되지만, 장기적 재정 악화, 물가 자극 가능성과 시장 불안정성이라는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는 정책이며, 중장기적 효과를 확대하는 것이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물론,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 경제로 전환하면서 소득세나 사회보장비 등에서 누진세 효과가 작동해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확대되지 않는데도 세금 및 사회보장 부담만 확대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도 일정한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며, 야당도 이러한 서민층 지원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최근의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증세효과도 고려하면 21.3조엔의 경제대책이 규모면에서 일본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효과가 한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카이치 내각으로서는 재정건전화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의 조정을 포함해서 금융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4분기 플러스 성장 회복 예상, 일본은행의 금리정책 향방다카이치 내각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대책은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일본경기를 부양할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미즈호 리서치;" >전기·가스요금 보조, 가솔린 세율 폐지, 아동 현금 지원, 쌀 쿠폰 등은 개인소비를 자극하고, 기업 투자 지원과 방위비 증액은 설비투자와 공공수요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력 부족과 공급 제약, 원유 가격 변동, 엔저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릴 경우 이러한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위험도 존재한다. 따라서 단기적 경기 부양 효과는 인정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시장 신뢰의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일본은행, 일본총무성 >일본의 주요연구기관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집계하는 ESP 포캐스트 조사(일본경제연구센터 집계, 2025.11.13. 공표)에 따르면 일본경제는 단기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2025년 10~12월기에는 실질GDP 성장률이 플러스 0.6%로 반등하고, 2026년 1~3월기에는 0.89%, 4~6월기에는 1.0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5 회계연도의 실질GDP 성장률이 0.78%, 2026년도는 0.74%로 예상되었으며, 명목 성장률은 각각 3.49%, 2.54%로 디플레이션 탈출, 명목성장률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었다.한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년 2.75%에서 2026년 1.75%로 둔화되고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 내외의 수준은 유지될 전망이다. 우려되고 있는 고율의 인플레이션 발생은 예상되고 있지는 않고 디플레이션 회귀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신정권의 경제안보·위기관리 투자·외교·방위 정책에는 높은 기대를 보였지만, 지역 전략이나 식량안보 정책에는 회의적이었다. 종합하면 일본 경제는 2025년 10~12월기에 단기적 반등이 예상되고 그 후에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러한 전망 속에서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카이치 내각의 금리인상 견제는 금융시장에 미칠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일본은행으로서는 필요한 시점에 금리인상을 결단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발 AI 관련 주가의 약세 가능성이 일본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불확실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본은행으로서는 금리인상 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하는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및 수입물가의 안정세는 유지되고 있으나 엔저가 심화될 경우 물가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일본경제에 대한 신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국 금융시장의 동향도 지켜보면서 일본은행은 금년 말이나 내년 초반에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