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중동정세 ... 일본, 4월 금리인상 물건너가나 [이지평의 일본경제]
일본경제는 AI·반도체 투자 확대에 힘입어 2026년 1~3월 실질 GDP가 연율 1.5% 성장하며 잠재성장률을 상회했다. 제조업은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용 공조기기, 전력반도체, 반도체 소재 수요 증가로 매출과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실질임금도 13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으며, 대기업 중심의 임금 인상과 물가 둔화가 소비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감소와 희토류 규제는 아직 제한적 영향을 보였으나, 규제 지속 시 산업 전반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반면 이란 전쟁 장기화와 국제유가 급등은 일본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부상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중동 석유시설 공격 시나리오에 따라 물가가 최대 1.5% 상승하고 소비가 0.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가 130~150달러대를 지속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제기된다. 원유 가격 상승은 휘발유·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 부담을 높이고, 제조·물류·식료품 등 전 산업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킬 전망이다.이런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4월 금리인상은 어려워졌으며, 우에다 총재는 당장의 인상은 자제하되 긴축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엔저와 물가상승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가운데 일본경제는 당장의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중동 정세와 유가 변동이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경제성장세 지속, 실질임금 드디어 상승세 전환일본경제는 견실한 경기회복세와 함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전분기 연율 기준으로 속보치의 1.3%에서 1.5%로 상향 수정됐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본 제조업의 매출, 투자에도 파급되는 등 일본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2026년 1~3월기는 이란 전쟁의 여파도 있으나 회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일본경제신문사가 일본의 주요 연구기관 전문가 10명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1~3월기의 실질GDP 성장률도 연율 1.5%에 달해 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잠재성장능력(공급능력)을 상회했다.일본 제조업은 부품, 소재, 장비 분야에서 특수 기술을 강화하고 신흥국 산업과의 차별화에 주력해 왔으나 이러한 첨단 고품질 제조 경쟁력이 최근의 세계적인 AI 투자, 반도체 산업 생산 급증에 따른 수요를 개척해 매출과 수익을 확대하고 견실한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각종 산업용 공조기기 기업이 AI 데이터센터용 수요를 개척하는 한편 전력반도체도 데이터센터를 위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인버터 수요의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반도체 관련 소재 분야의 경우 일본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50% 정도, 제조장치 30% 정도에 달해 수출시장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반도체의 각종 제조 공정에서 테스트를 하는 기기를 판매하는 어드밴테스트의 경우 2026년 3월 결산 영업이익이 전년비 2배나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와 함께 올해 1월에는 13개월 만에 실질임금이 상승세로 반전했으며, 개인소비 지출의 완만한 확대도 예상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3월 9일 발표한 1월 ‘매월근로통계조사’(속보치, 종업원 5명 이상)에 따르면,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했다. 휘발유 세금 감면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임금 인상 효과가 이를 웃돈 결과다. 명목임금을 나타내는 1인당 현금급여총액은 30만 1,314엔으로 3.0% 증가했다. 기본급에 해당하는 소정내급여는 26만 9,198엔으로 3.0% 증가, 33년 3개월 만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25년 춘계 노사교섭에서 실현된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반영된 데다, 최저임금 상승도 임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실질임금 계산에 사용되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자가주택에 대한 가상 임대료 환산 분 제외한 종합 기준) 상승률은 1.7%였다. 2025년 12월의 2.4%에서 상승폭이 축소됐다. 주요 일본 대기업의 임금인상 의욕은 큰 편이며, 많은 기업이 임금협상을 타결한 지난 3월 18일에는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제작소 등 60% 정도의 대기업이 노조의 요구를 100% 이상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까지 4년 연속으로 감소한 일본의 실질임금 상승세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일중 마찰에 따른 중국인 여행객 감소, 희토류 공급 규제 등의 영향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으나 1~3월 기준으로는 아직 그 효과가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하락했으며, 한국, 동남아 등 다른 아시아 각국이나 구미 여행자의 비중이 확대됐다. 희토류 규제의 경우 일본 산업계의 재고가 활용돼 규제 영향이 한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다만 중국정부의 희토류 규제 강도와 지속 여부에 따라서는 향후 각종 산업에서 영향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이란 전쟁, 중동발 석유시장 충격과 함께 4~6월기 이후의 일본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중동 사태의 악화와 유가 급등은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흐름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과 함께 실질임금을 억제하는 압력이 될 수 있다.◆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일본경제의 충격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했던 4주로 끝날 것인지,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인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수년 지속될 것인지 불확실한 가운데 일본경제에 미칠 영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주식시장은 이란 전쟁과 함께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결정적 주가 급락은 피하고 있어 전쟁의 향방, 국제유가 급등세의 지속을 완전히 확신한 상태는 아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 시나리오는 당초 계획과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이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와 강습상륙함 부대 등을 이란으로 새로 파견, 부분적인 지상전의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미즈호 리서치; line-height: 32px;"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나 이란에 의한 중동 각국 석유 시설 공격이 이루어진 상태이며, 여기에 미국의 한정적 지상전으로 이란 하르그섬 공격 등이 실현될 경우 국제유가는 150달러대로 상승하면서 일본경제에 대한 충격이 커질 위험도 있다.한편 노무라총합연구소도 3가지 시나리오로 일본경제의 향방을 예상하고 있다. △ 낙관적 시나리오1의 경우 충돌이 경미해 WTI가 약 77달러 △ 베이스(가능성 가장 높음) 시나리오2의 경우 충돌 장기화·중동 불안정으로 87달러 유지, 이 경우 일본 실질 GDP는 1년간 0.18% 하락하고 물가는 0.31% 상승하며 휘발유는 약 30% 이상 올라 리터당 200엔을 돌파해 전기·가스요금도 수개월 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그리고 △ 비관적인 시나리오3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가 장기화되어 유가가 140달러대에 이르고 GDP는 0.65% 감소, 물가는 1.14% 상승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질 것으고 예상했다.노무라총합연구소는 원유 가격 30% 상승 시 일본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시간차를 두고 세 단계에 걸쳐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1단계(즉각적): 원유 수입 소요 시간에도 불구하고 정유사의 선반영으로 인해 1주일 내외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다. 사실 휘발유 소매가격이 리터당 204엔까지 치솟으며, 엔저가 겹칠 경우 가계의 교통비와 물류비 부담은 더욱 증폭된다. 2단계로 시차(3~4개월 후)를 두고 전기 및 가스요금이 인상된다. 전기료는 약 6%, 가스료는 2~3% 상승이 예상되며, 가구당 연간 약 9,518엔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실질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3단계(6개월 전후)에서는 산업 전반으로 비용 상승이 파급된다. 플라스틱, 화학, 섬유 등 원유 기반 제품 뿐만 아니라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제조원가가 상승한다. 특히 비료 가격과 물류비 인상은 채소, 육류, 달걀 등 식료품 및 생필품 가격을 1.5~10% 가량 밀어 올리며 민생 경제에 광범위한 타격을 준다.결국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충격은 단순한 연료비 상승을 넘어, 일본 내 제조·물류·가계 소비 전반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켜 경제 전반에 중장기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동산 석유에 의존하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이 매입하고 있는 두바이유 Spot 가격이 3월 19일 오전에 5월 인도분 기준으로 배럴당 161.3달러로 상승한 상황이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경제에 대한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일본은행, 물가상승-경기추락 동시에 견제해야 할 입장이와 같은 국제유가의 급등과 각종 원자재의 공급 차질 우려, 생산활동에 대한 영향은 세계적으로 점차 누적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동남아 등 세계의 공장 지대인 아시아 각국의 생산활동 위축은 미국의 광범위한 소비재, 생산재에 대한 위축 효과를 갖게 될 것이며, 미국 소비재 기업인 나이키 등의 주가도 급락한 바 있다. 미국경제의 둔화 속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미국 금융당국이 금리인하가 아니라 금리상승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될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 및 세계경제의 둔화는 일본경제의 성장 전망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금리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일본은행은 오는 4월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란 정세가 불확실해지면서 4월 금리인상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의 경우도 금리인하가 지연되고 금리인상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 됐으며, 유럽중앙은행도 고유가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거나 경기를 급락시킬 수 있는 것을 동시에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주요국 금융정책 당국의 정책 방향이 이란 전쟁으로 변화의 압력이 가해진 가운데 일본은행으로서도 물가상승과 경기추락을 동시에 견제해야 할 입장이다.이러한 가운데 일본은행의 우에다 총재는 지난 3월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 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정책의 유지 자세도 강조했다. 유가 급등, 중동 혼란 여파로 당장의 금리인상은 자제하겠지만 금리인상 정책 기조 자체는 견지하려는 것이다. 우에다 총재로서는 유가 급등의 결과, 기업이나 가계의 물가상승 우려가 기조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리스크도 고려하고 있다는 자세도 보인 것이다. 물론 이란 전쟁과 함께 심화될 수 있는 엔저 압력을 억제해 일본의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고 이란 전쟁발 물가급등 압력을 견제하는 역할도 일본은행으로서는 중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사실 이란 전쟁 이전에는 엔화, 채권 가격의 더블 약세 기조가 다소 둔화될 조짐도 보였으나 이란 전쟁 발생 직후에는 엔화, 채권, 주가의 트리플 약세 국면도 여러 번 발생했으며, 일본정부 및 일본은행으로서도 경계해야 할 입장이기도 하다. 물론 일본 주가는 일시적인 하락은 있어도 국제유가 상승 – 물가 상승 – 실물자산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잘 견디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과거의 각종 전쟁 후의 주가는 대체적으로 상승 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측면도 있다. 또한 이란 전쟁 직전에 급등했던 세계 각국의 방위산업 관련 주식의 상승세도 과거 전쟁 케이스의 정전 및 소강상태 돌입 국면 때처럼 둔화되기 시작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방위산업 관련 주의 상승세 둔화는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인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