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의 의미 [공시 돋보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5월 22일 인적분할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5년 10월 30일 분할로 인해 거래가 정지됐다. 분할은 때로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에 현시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살펴보려고 한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상업화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선두 바이오 기업이다. CDMO 사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 수행하고 있으며,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담당하고 있다.지분 구조를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43.06%)이며, 삼성전자(31.22%)를 포함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74.32%에 달한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상업용 생산설비 78만 리터를 비롯해 임상용 0.4만 리터까지 총 78.4만 리터 규모의 글로벌 최고 수준 Capa를 보유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1공장은 3만L, 2공장은 15만L, 3공장은 18만L, 4공장은 24만L, 5공장은 18만L로 구성돼 있으며, 2025년 5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전체 Capa가 30% 이상 확대됐다.글로벌 기준 30만L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독일 베링거잉겔하임까지 총 4곳에 불과하다. ◆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각각 85대 15의 지분으로 공동 설립한 회사로, 2018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50%+1주를 확보했었다. 이후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3억 달러를 들여 바이오젠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에 집중해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9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했다. 주요 대상은 레미케이드, 허셉틴, 엔브렐, 휴미라, 아바스틴, 루센티스, 솔리리스, 아일리아, 스텔라라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이미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특히 미국 메디케어 Part D 제도가 2025년부터 개편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수혜가 기대된다. 메디케어 Part D는 미국의 고령자·장애인 대상 공적 의료보험 중에서 처방약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2025년부터 변경됐는데 우선 환자가 부담하는 연간 약값 상한이 2,000달러로 제한되게 됐다. 어떤 고가 약품을 쓰더라도 환자가 내는 최대 금액은 연 2,000달러가 된 것이다. 비용 분담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환자의 부담은 줄고, 보험사의 부담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에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약가를 낮춰야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약가가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다.CVS와 같은 보험사는 바이오시밀러를 공급받아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기까지 하며, 이는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와 더불어 CDMO 업체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실적최근 발표된 2025년 3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 6,602억 원, 영업이익 7,2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115% 증가했다. 시장 컨센서스 대비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6% 상회한 실적이었다.이는 바이오로직스 4공장 풀가동으로 인한 영업 레버리지, 2분기 인식 예정이던 일부 수주가 3분기로 이연된 점, 환율 상승 효과, 그리고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출시와 관련된 490억 원의 마일스톤 유입 덕분이었다.2025년 4분기에는 4공장 가동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5공장 가동률이 점차 상승하고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2025년과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7.5%, 20.1% 상향 조정했고, 목표주가도 131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높이는 모습이 나왔다.수주 측면에서도 2024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6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의 초대형 CMO 계약을 체결하며 단일 계약으로 전년도 전체 수주 금액의 40%를 초과 달성했고, 올해 누적 수주금액은 37억 달러에 달해 전년의 86%를 이미 달성했다. 이는 글로벌 톱티어 CDMO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장 지위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지배구조 개편삼성바이오로직스를 논할때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10월 17일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최종 통과됐다. 이에 11월 1일 분할, 11월 24일 변경상장 및 재상장이 예정되어 있다. 인적분할 직후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홀딩스 양사 주식을 동일한 지분율로 보유하게 된다. 이후 시나리오는 삼성바이오홀딩스 산하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두는 방향이 고려되고 있다. 이를 위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현물출자 형태로 삼성바이오홀딩스에 유상증자 참여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위의 오른쪽 그림과 같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홀딩스의 자회사가 되고, 삼성바이오홀딩스는 바이오 부문 지주회사로 자리 잡게 된다.이러한 분할의 배경에는 두 가지 핵심 목적이 있다. 첫째는 CDMO 사업과 신약개발 사업 간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며, 둘째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된 그룹 차원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삼성생명(8.51%), 삼성물산(5.05%), 홍라희 여사(1.66%), 이재용 회장(1.65%), 삼성화재(1.49%) 등 특수관계자가 총 20.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회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 비중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삼성그룹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낮추면서도 전체 지배구조는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홀딩스가 중간 지주 역할을 하게 되면, 삼성물산은 이후 삼성전자 지분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홀딩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현물출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홀딩스를 현물출자하기 이전에 삼성전자도 삼성홀딩스와 삼성전자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홀딩스 지분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삼성홀딩스 지분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여기까지는 개인적인 가정일 뿐이니 이렇게 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이 과정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 처리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지만, 삼성바이오홀딩스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면 삼성그룹이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를 차세대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두에 긍정적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로 인적분할 소식과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전해지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급등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기관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7% 이상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기적으로는 4·5공장 가동 효과와 환율 환경에 힘입어 실적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과 미국 메디케어 제도 개편으로 인한 바이오시밀러 수요 확대, 그리고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일스톤 유입의 일시적 성격과 대규모 Capa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리스크 요인이지만, 글로벌 톱티어 CDMO로서의 지위, 안정적 실적 기반, 그룹 차원의 전략적 가치까지 고려할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보유한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평가된다.